전력산업과 디지털 변환
전기가 인류 발전을 위한 핵심 에너지원으로 등장한 19세기 말 이후부터 전력산업은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며 현대 문명의 근간이 되었다. 발전을 거듭한 전력산업에 최근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바로 ‘탄소중립(Net Zero)’ 때문이다. 2015년 세계 195개국은 범지구적 차원의 기후변화 위기와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고자 파리기후협정에 서명하였으며,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UN에 제출하였다(2021.12).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최우선으로 화석연료 의존이 높은 발전 비중을 줄이고 친환경,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 하는 이른바 ‘에너지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향후 전력계통은 기존 대형 발전소 중심의 중앙집중형 공급체계와 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형 공급체계가 공존할 것이 자명하다. 복잡해진 전력계통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첨단 디지털 기술의 도입이 필수적인바, 전력 그룹이 ‘디지털 변환(Digital Transformation)’에 집중하는 이유이다.
한전KDN의‘에너지ICT 플랫폼’전략과 인공지능
한전KDN은 국내 유일의 ‘에너지ICT 전문 공기업’으로, 신재생을 포함한 에너지 분야 전 영역에 첨단 ICT를 융복합하여 디지털화, 지능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2022년은 한전KDN이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해로 에너지ICT 글로벌 Top-Tier 도약을 위해 ‘친환경·디지털 중심의 에너지ICT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에너지 분야 탄소중립과 디지털 변환에 발맞춰 기존 O&M 중심의 사업전략을 데이터 기반, 플랫폼 중심으로 변경하는 한편, 국민 눈높이에 맞는 ESG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견인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을 촉발시킨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한전KDN의 대표적인 인공지능 분야 연구개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발전 연료단가 예측
전기요금의 약 80% 이상은 발전 연료로 생산된 전력을 사들이는 비용이다. 안정적인 전기요금 유지를 위해서는 연료가격이 일정해야 하지만 국제유가나 석탄가는 매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과 호주간 석탄 분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폭등을 이어가고 있다. 발전 연료단가 예측시스템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최장 6개월간의 열량별 유연탄과 LNG 단가를 예측하고, 가격변동의 핵심 요인을 추론하여 영향도 순으로 제시한다. 아울러, 관심 기사나 컬럼을 선별 요약하여 제공하는 뉴스 추천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현재 한국남동발전에서 본 시스템을 도입하여 운영 중이며, 발전 연료의 경제적, 안정적 조달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Edge 컴퓨팅 기반 PD 진단
고압 지중 전력케이블(이하 전력케이블)이 열화, 흡습 등으로 손상되면 전력구 화재나 대규모 정전 등의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주기적인 점검과 유지보수가 필요하다. 전력케이블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PD(Partial Discharge, 부분방전) 진단이 있다. 인공지능 기반 PD 진단시스템은 다양한 PD 발생 패턴을 딥러닝을 통해 학습, PD 발생 여부를 자동으로 진단하는 시스템이다. 다만, 실시간 발생하는 대량의 PD 데이터를 원격지의 진단시스템에 모두 전송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Edge 컴퓨팅 기반 PD 진단시스템은 현장에 설치된 Edge Device에 PD 진단을 위한 인공지능 모델을 탑재, 그 발생 여부를 직접 판단한다. PD 발생 시에만 Edge Device가 데이터를 전송하므로 기존 대비 네트워크 트래픽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대규모 시스템 구축 시에도 진단 속도가 저하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AMI 관리 서비스
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 지능형전력계량인프라)는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간 계량정보 교환을 위한 양방향 통신 인프라이다. 인공지능 기반 AMI 관리 서비스는 대용량 검침정보와 네트워크 정보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 및 진단한다. 이로부터 스마트미터, 모뎀, 데이터집중장치 등 AMI 구축을 위한 핵심 설비의 고장을 33종까지 세분하고, 유지보수가 필요한 설비를 자동으로 선별해 낸다. 또한, 검침 실패가 일시적인 통신 불량 때문인지 아니면 설비 고장 때문에 발생했는지도 구분한다. 네트워크 토폴로지 분석을 통해 고장 위치를 판단하고 고장원인이 복수일 경우 우선순위를 부여할 수도 있다. 현재 제주 등 전국 3개 권역에서 현장 시험을 진행 중이며, 향후 전국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OPGW 설비 진단
송전선로 최상부에는 선로를 낙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피뢰도선을 설치하는데, 여기에 광섬유 케이블을 삽입한 것을 OPGW(Optical Ground Wire, 광섬유 복합 가공지선)라 한다. OPGW는 우리나라 전력계통 운영을 위한 핵심 ICT 설비로, 한전KDN은 이의 시공부터 운영 관리를 위한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OPGW 설비 진단시스템은 인공지능 영상분석 기술을 이용하여 OPGW 점검 업무를 자동화한 솔루션이다. 드론으로 촬영한 OPGW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분해하여 각각의 설비를 식별하고, 인공지능 진단 엔진으로 결함을 실시간 검출한다. 이를 통해 한전KDN은 OPGW 설비 진단정확도와 업무효율을 크게 개선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에너지 대전환
전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들 모두 한결같이 인공지능 분야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전술한 사례 이외에도 한전KDN은 인공지능 기반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행위인지 기술을 활용한 작업자 안전관리, 위험지역 출입관리 및 소방관제, 영상분석 기반 전력설비 감시진단 솔루션 등을 개발하여 상용화를 추진 중이며, 앞으로도 인공지능을 포함한 최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에너지 대전환과 ESG 경영 실천에 앞장설 계획이다.
인공지능은 지금도 놀라운 진화를 거듭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초거대 인공지능’ 구현에 빅테크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탄소중립 실현을 앞당기고, 글로벌 에너지 대전환에 이바지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