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Case
4. 샤오미의 IoT 생태계 장악 전략



 

샤오미가 가성비 뛰어난 IT 제조사로는 잘 알려져 있지만, 이미 기업가치 1조 원에서 10조 원을 넘어서는 유니콘, 데카콘 기업들을 10여 개나 보유하고, 차세대 후보군은 무려 300여 개나 들고 있는 성공한 투자 회사란 건 드물게 알려진 듯하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샤오미가, 이제는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대박 기업으로 키워내는 대단한 엑셀러레이터 또는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명가가 된 비결이 뭘까.

2010년에서야 휴대폰 사업에 뛰어든 신생 기업 샤오미가 설립 첫 해엔 고작 30억 원의 매출로 시작해서, 5년 만에 11조 원의 매출을 달성하기까지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다 난데없이, 어느 날 갑자기 성장이 멈추게 된다. 팬덤을 등에 업고, 노골적인 애플 따라 하기로 매년 성공 신화를 써오던 회사에 갑자기 위기가 찾아온 건 무슨 영문일까? 혁신의 속도가 유별난 IT 업계 특성상 무엇보다 경쟁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게 첫 번째 이유라 하겠다. 샤오미보다 더한 찐팬으로 무장한 ‘원플러스’란 신생 스마트폰 업체가 샤오미의 소셜 마케팅을 뒤흔들어 놓질 않나, 전통적인 오프라인 사업만 영위하던 ‘화웨이’조차 샤오미처럼 아예 온라인으로만 휴대폰 사업을 하는 ‘아너’ 브랜드를 내놓는 등 경쟁사들의 대응이 점입가경이 된 것이다. 샤오미도 처음엔 휴대폰 하나에만 집중하다 TV,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분야로 전선을 확장함에 따라, 예전만큼의 전략적 민첩성이 나오지 않는데다 전선은 매일같이 확장되는 상황에서 사면초가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온라인 직영몰에 소셜 마케팅만 고집하던 샤오미도 오프라인 채널을 시작함에 따라, 사업 구조적으로도 차별화가 더욱 어려워지고 비효율이 늘어난 것이다.

2016년에 이르러, 샤오미는 회사가 곧 망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파다할 만큼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창업자 레이 쥔 회장의 진짜 탁월함이 돋보이는 장면은, 바로 비장의 돌파구로 내세운 ‘샤오미식 생태계 장악 전략’이라 하겠다. 이번 호에서는 샤오미가 제 2의 창업을 선포하고 성장 동력의 불씨를 되살린 전환점이 된 샤오미의 생태계 장악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샤오미의 생태계 전략은 우선 겉으로 보기에 크라우드 펀딩 사업으로 보여진다. 샤오미가 휴대폰 사업의 소셜 비즈니스 성공 방정식을, IOT/Lifestyle 분야에 맞게 접목시킨 사업 모델이 샤오미식 크라우드 펀딩이라 하겠다. 이렇게만 보면, 이게 뭐 대단한 전략씩이나 되냐 싶을 수 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대단한 이면을 들여다보면 차원이 다른 진짜 무서운 전략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샤오미는 이미 휴대폰, TV 등 일부 제품군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을 제 3자로부터 소싱하여 판매하고 있다. 여기까진 한국의 대기업들도 흔히 하는 사업 방식이다. 특히 돈이 안 되는 한계 사업일수록 브랜드만 대기업 로고를 붙이고, 생산은 물론 심지어 제품 개발과 디자인까지 아예 협력 회사가 다 하는 방식이다. 결정적 차이라면, 기존의 방식이 외주 하청에 불과하다면, 샤오미의 크라우드 펀딩은 샤오미가 유망한 기업을 발굴해서 샤오미의 밸류체인에 태워, 대박이 나도록 키워내는 구조라는 게 근본적인 차이다. 그래서 잘되면, 해당 기업에 초기 투자자로 이미 상당한 지분을 확보한 샤오미의 기업 가치가 덩달아 올라가는 건 당연지사.


 

샤오미가 크라우드 펀딩을 운영하는 프로세스 또한 굉장히 빠른 표준화된 의사결정에 따라 진행되며, 시행착오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스피드와 적자생존에 집중함을 알 수 있다. 매번 소싱한 제품들이 다 대박을 낼 수는 없을 터, 한두 번 팔다 사라지는 제품들도 부지기수며, 그래서 더 엄격한 필터를 적용하기보단 시장의 판단에 맡겨 살 놈은 살고 죽을 놈은 사라지라는 과감함이 돋보인다. 상대적으로 중후장대 프리미엄 제품들을 팔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에 비해, 어차피 가성비로 무장한 저가의 IT 소물들을 팔고 있는 샤오미기에 가능한 전략이기도 하다.


 

샤오미식 벤처 투자가 이렇게 성공적인 것은 국내 대기업들과 달리 한마디로 Outside-in 방식이라는 근본적인 전략적 차이를 근본적 차이로 들고 싶다. 무슨 소리냐면, 국내 기업들도 지주사가 창투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CVC 설립 요건과 운영 규제가 완화되면서, 여기저기 다양한 펀드가 조성되고 투자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지만, 대부분은 사내에서 incubation 하여 외부로 독립시키려는 Inside-Out 방식이다. 이에 반해, 샤오미는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들을 외부에서 직접 선발하여, 적극적으로 샤오미의 밸류체인을 마음껏 활용하도록 샤오미가 외주 협력사가 되어주는 식이다. 밖에서 찾아다 안에서 키우는, 그래서 자신의 팔다리로 붙여나가는 성장 방식이 바로 샤오미의 Outside-in 성장 전략이다. 신사업 확장을 위해 한국처럼 스타트업을 안에서 키워서 밖으로 내모는 ‘Inside-out’ 방식이 아니라, 정반대로 한다는 게 우선 눈에 띄는 차이다. 속칭 직장인의 꽃이라 할 대기업 월급쟁이의 DNA와 사업가 DNA는 아예 다르다는 걸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샤오미가 모를 리 없다. 애초에 될성부른 유망 스타트업을 밖에서 선별해서, 이들을 대기업의 밸류체인에 태워 성장을 가속화시키는 ‘Outside-In’ 방식이 샤오미식 성장 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한국 대기업들의 벤처 투자가 상대적으로 잘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참여 임직원에 대한 인센티브 부족이 아닌가 한다. 필자는 대만에서 HTC 가상현실 사업부 부사장 재직 시, Vive-X(https://vivex.vive.com/us/)라는 가상현실 특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전 세계 40여 개 국가를 대상으로 2년 간 직접 운영했던 경험도 있고, 전 세계 3대 음향 및 게임기기 OEM/ODM 제조사인 중국의 고어텍 그룹에서, wemake (https://zdnet.co.kr/view/?no=20180702015721)라는 글로벌 스타트업 대상 엑셀러레이팅사를 중국, 한국, 일본, 미국에 설립, 운영한 바 있다. 이런 배경으로 다양한 기업들의 투자 방식과 성공 노하우를 들여다볼 계기가 있었는데, 특히 중국의 하이얼이나 샤오미의 예를 보면, 투자 대상 기업과 관련된 프로젝트 참여 임직원들에게 지분 투자를 적극적으로 허용하고, 스톡옵션 등 강력한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점이 특이점이라 하겠다.

엄청난 가성비와 속도전으로 이제는 샤오미 하나가 아니라 샤오미 군단으로 쏟아져 나오는 대륙의 인해전술 앞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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