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Trend
2.공공 융합형 플랫폼 생태계 발전과 정책적 시사점



 

하노버 메세는 독일과 EU의 엔지니어링 기반 산업정책을 엿볼 수 있는 현장이다.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는 민간기업의 미래기술 중심이고, World Economic Forum의 다보스포럼은 미래산업에 대한 지식의 향연이라면, 하노버 메세는 두 가지를 아우르는 전시회이다.

최근 하노버 메세는 기존의 엔지니어링 기반 신기술 전시회 모습에서 점차 ICT 기반의 융합기술과 플랫폼 기반 마켓 플레이스 조성의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산업 밸류체인의 융합과 민간과 공공의 경계가 빅블러로 인해 흐릿해지며 더 큰 시장 혹은 산업으로 통합되는 과정을 공유하는 네트워킹의 성격이 강해졌다. 아울러 독일 연방경제기후부(BMWK)와 Fraunhofer 연구소가 SAP, SIEMENS, Mercedes-Benz, Volkswagen, BOSCH, BASF 등과 함께 발표한 Catena-X를 통해 민간기업이 Industry 4.0 정책 수립과 수행의 의사결정 거버넌스로 참여하면서, 정책 수립의 사상을 발표하고, 수행체계를 설계하고,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 민간주도형 정책 수립과 실천의 과정을 목격할 수 있다는 점도 하노버 메세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이다.


 

우선 Catena-X에서 주목할 것은 산업 참여자와 이해관계자들이 공개된 정책에 대한 일관성과 지속가능성을 믿고 따르게 만드는 거버넌스 체계 수립과 신뢰 인프라 조성이다. 민간주도와 정부후원이 신뢰받는 거버넌스로 융합되는 경우, 새로운 밸류체인과 마켓플레이스가 조성될 수 있다는 점, 정책 디자인이 신뢰를 받고 존경스러운 설계를 담으면, 민간과 공공의 협력적 정책 수립 체계가 실현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배울 수 있다.

또한 Catena-X를 통해 한국이 배울 점은 참여기업과 엔지니어들이 민간주도적 비전을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동인이며, 그 참여가 산업 밸류체인의 거래를 활성화하는 설계이며, 히든챔피언들을 가시화함으로써 그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유인구조를 만들어 준 것이다. 이 아름다운 설계를 해석할 수 있는 큐레이터 혹은 디자인 씽커(Design Thinker)가 한국의 미래산업과 경제성장을 설계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제품과 건축만 아름다운 설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산업정책의 수립과 민간의 자발적 참여 유인구조도 아름다워야 한다.  


 

금번 하노버 메세 2022는 ‘산업 대전환’을 대주제로 삼아, 환경과 지속가능성 강조, 5G 특화 망형 엣지컴퓨팅, 기계가독(可讀)형 정보체계(AAS) 도입, 디지털 라이브러리 마켓 조성, 엔지니어링 콘텐츠와 플랫폼 이합집산 등이 주요 어젠다로 등장했으며, 이들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 산업 밸류체인에서 거래되는 디지털 가치의 유형화가 필요하다. Catena-X는 단순히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아니다. 연결과 가시화를 통한 새로운 가치창출 디자인이 필요하고 그것이 경제성장 정책 설계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둘째, 민간주도적 거버넌스를 통해 신뢰를 바탕으로 산업·공공 융합형 정책으로 수립한 후, 제조업의 유형적 흐름과 함께 디지털 가치 흐름, 지역별 공정거래 조사권/과세권 범위, 지식재산권의 반대급부인 금융 흐름 등에 대한 고려 등 다차원적 밸류체인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요컨대, 디지털 전환기에는 눈에 보이는 유형재의 밸류체인을 기반으로 한 산업정책만으론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어떤 밸류체인들을 다차원적으로 통합해 설계할 것이고, 그에 대한 대응전략을 수립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는 디자인씽커들이 영웅이 될 수 있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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