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는 일반 소비 가전에 중심이라면,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산업박람회인 하노버 메세(Hannover Messe)는 75년 전통의 산업 기술에 대한 최대 박람회이다.
독일에서 열리는 박람회답게 독일 지멘스나 SAP와 같은 독일 기업이 주도적으로 진행해왔지만, 최근에는 마이크로 소프트(MS), 구글, 세일즈포스(Sales Force)와 같은 ICT 기업들도 B2B 비즈니스를 홍보하기 위한 전략적 쇼케이스로 활용하고 있다.
우선 올해 산업 트렌드를 아래 두 가지 항목으로 정리하였다.
- 인력 대체 및 인력 증강 기술의 발전
- 디지털 제조 본격적인 궤도 안착과 제조의 서비스화 가속
트렌드 1: 인력 대체 및 인력 증강 기술의 발전
제조업의 인력난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다. 이번 박람회에서 만난 독일 현지 기업들도 현장 작업자 부족의 심각성을 많이 토로하였다. 이러한 산업 상황에 맞춰 이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자동화가 아닌, 일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자동화에 사활을 거는 상황이다. 이러한 요구가 기술적 진보로 이어지는 것을 이번 박람회에서 직접 느꼈다. 인력 대체 및 인력증강 트렌드를 이끄는 기술을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하였다.
- 저가형 협동로봇
- 로봇기반 물류자동화 시스템
저가형 협동로봇
올해 신체품을 출시한 독일의 IGUS사의 ReBeL 로봇의 경우 'Low Cost Automation(저가형 자동화)'란 브랜드명으로 4,000유로 대의 저가 Cobot인 ReBeL 제품을 공개하였다. 이 제품의 첫 모델이 2016년도 하노버 메세에 공개되고 당시 메르켈 총리가 직접 방문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었다.
IGUS 제품은 대부분의 부품을 플라스틱화한 경량형이며, DC모터 플라스틱 콘트롤 기어 제어기술을 통해 저중량 무게도 정밀한 물체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 IGUS 사의 설명이다. 더 놀라운 점은 제품을 마치 공산품처럼 고객이 직접 구매하고 설치할 수 있게 판매한다는 것이었다. 마트에서 장난감 구매하듯 박스 패키지를 구매해서 쉽게 설치 가능하다는 홍보를 하고 있었다.
IGUS 제품이 비정밀 제조 및 서비스 업종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라면, FESTO에서 올해 선보인 유압기반 Cobot은 협동로봇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 제품이었다. FESTO는 유압제어 부품관련 세계적인 기업이다. 기계 제어는 크게 전기제어와 유압제어로 나눌 수 있는데, 전기제어는 모터와 센서를 활용해서 정밀한 제어가 용이한 반면, 고중량 제어는 비용이 많이 들고 유압 제어는 큰 비용 없이도 고중량 제어가 가능하지만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정밀 산업의 중중량 이하 Cobot은 전기제어를 활용한다. 이번 FESTO에서 최고의 쇼케이스로 선보인 기술이 바로 유압만 활용한 정밀 Cobot이다.
로봇 기반 물류 자동화 시스템
전통적으로 장비와 장비 사이 가공하는 제품 자체를 이동하는 방식에는 컨베이어 벨트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다. 20세기 초 포드사에서 시작된 대량생산이 컨베이어 벨트 기반 자동화 확대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최근 다품종 소량생산에서 초 개인화 생산(Mass-Individualization Production) 패러다임으로 옮겨가며, 컨베이어 벨트 기반 반송은 그 한계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를 대체하기 위한 기술이 바로 로봇기반 물류자동화 시스템(Robot based Material Handling System - RMHS)이다.
Incubed IT 오스트리아 기반 자율주행 물류 로봇 스타트업으로 2021년 미국 최대 이동 통신사인 버라이존(Verizon)에 인수되어 화제가 되었다. 버라이존은 최근 로봇과 관련된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며 업계 주목을 받고 있으며, Incubed IT 인수는 제조 및 물류 관련 5G 서비스 활용을 위한 포석으로 미디어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또한 아마존 웹 서비스(AWS)에서도 이러한 로봇 물류 군집제어를 위한 클라우드 플랫폼 구축 서비스를 제공하며 눈길을 끌었다.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 중인 AWS도 로봇 군집제어를 클라우드 환경에서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여 디지털 제조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트렌드 2: 디지털 제조 본격적인 궤도 안착과 제조의 서비스화 가속
두 번째 트렌드로는 디지털 제조와 이를 통한 제조의 서비스화다. 우선 제조 IT시스템의 클라우드 솔루션이다. 올해도 마이크로 소프트(MS), 아마존(AWS), SAP와 같은 대형 IT기업들이 대형 부수를 차리고 자체 솔루션 홍보를 진행하였다. 특히 이들 모두 제조 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 홍보가 주 전략이었다.
대한민국 제조업의 경우 아직 클라우드를 이용한 SaaS(Software-as-a-Service) 활용이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이미 유럽과 미국은 SaaS 기반 MES 및 기타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고 이를 이번 전시회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대규모 IT 투자가 어려운 중소기업의 경우 SaaS 기반 MES나 관련 서비스를 구독 기반으로 활용한다.
전통적인 기계 제어기는 하드웨어 기반 PLC(Programmable Logical Controller)를 소프트웨어로 연동하는 것에 기술적 한계가 있었지만 최근 PLC를 PC로 제어하는 기술의 발전으로 이러한 연결 기술 한계가 무너지고 있다.
즉 전통적인 PLC제어에서 PC기반 제어로 패러다임 전환 중이다. PC제어는 90년대 잠시 유행을 타다, PC의 O/S의 불안정 및 PC 멀티스레딩 기술의 한계로 시장이 축소되었지만 최근 멀티코어 CPU PC의 보급 확대 및 OS의 안정화로 인해 PC제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CPU 리소스를 분할하여 활용하는 기술의 발전으로 PC제어의 안정성이 보장되며, 특히 비전(Vision)기술을 활용한 제어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제어 수요가 커지며 PC제어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기업으로 독일의 벡코프(Beckhoff)와 브이엠웨어(VMWare)가 있다.
벡코프는 독일의 PC제어 관련 최대 기업으로 올해 대형부스를 설치해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하였다. VMWare는 PC CPU 리소스 할당 관련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으로 최근 PC제어 시장에 인텔과 함께 진출 – 클라우드 기반 PC제어란 새로운 시장 개척을 진행 중에 있다.
이러한 PC제어 기술과 클라우드 기술이 만나 제조 운영이 SaaS로 운영되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이제는 제조 서비스 시장이 확대되리라 예상한다. 즉 제조 운영이나 물류 자동화 설비도 기존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장비, 소프트웨어의 오너십을 가지는 방식이 아닌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다. 물론 제조 설비 운영상의 보안정책으로 반도체나 2차전지와 같은 첨단 제조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중소기업의 경우 오히려 큰 투자비용 없이 제조 운영을 디지털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