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화’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고, 실제 우리 주변에서는 AI 기술이 적용된 첨단 기기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적, 기술적 풍요로움 속에서도 우리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협하는 존재들은 계속 생겨나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요인들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도래,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인한 경제 위기,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과 미·중 갈등을 들 수 있다.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유례없는 변화가 전세계에서 펼쳐지고 있으며, 이러한 격변의 시대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기업의 미래가 좌우되고 개인의 삶의 질도 크게 바뀌게 될 것이다.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변화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 신기술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우리는 보다 슬기롭게 이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변화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디지털 기술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디지털 기술은 새롭게 요구되는 기능을 충족시키기 위해 AI 기술을 흡수하고 있으며, 단일 기술이 아닌 여러 기술과 학문간의 융합이 필요하다. 메타버스는 통신 기술뿐만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이해해야 하며, 양자정보통신도 수학, 물리학, 공학이 융합되어 발전하고 있다.
둘째, 기술뿐만 아니라 산업과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경영의 경우 탄소중립 구현, 갈등 및 디지털 격차 해소, 경영의 투명성 확보 등을 보장하기 위한 수많은 요소 기술들이 바탕이 되어 변화를 이끌고 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에도 여러 기술들이 융합되어 있으며,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기도 하고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셋째, 디지털 기술이 여러 산업, 사회, 공공 시스템에 내재화되어 시스템 자체의 대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x+AI’의 보편화는 우리의 삶, 사회, 산업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생태계 자체의 혁신을 유도한다. 또한, 도메인별 변화뿐만 아니라 ICT 기술이 국가 및 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시스템 자체가 크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대비한 기술 개발과 정책적 솔루션 제시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들 변화는 다양한 데이터 플랫폼에 기반하고 있다. 전 산업에 걸쳐 D(데이터), N(네트워크), A(AI)가 융합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플랫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거대한 변화를 진단하고 거시적, 미시적 솔루션을 제시하는 과정에서도 데이터 플랫폼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는 지능화융합플랫폼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사회의 거대한 변화와 새로운 ICT 융합의 트렌드에 대응하여,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 신기술과 이에 관련된 정책을 결합하여 지능화융합 솔루션을 적시에 제공하기 위해 고안된 플랫폼이다. 지능화융합플랫폼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산재된 데이터 플랫폼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D.N.A. 역량을 결집하여, 최적의 정책 솔루션과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는 개방형 체제’라고 할 수 있으며, 국가지능화 융합플랫폼 실현을 위한 워킹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지능화융합플랫폼의 참여자와 데이터 및 솔루션의 흐름을 아래 <그림 1>에 표시하였다. 지능화융합플랫폼은 다음과 같은 목적과 방향성을 가진다.
첫째, 지능화융합플랫폼의 목적은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 대처할 수 있는 최적화된 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미래의 시장 경쟁력을 제고하고, 사회적 위협 요인에 대응하기 위한 솔루션을 융합된 ICT 기술과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도출하고 공급한다. 또한, R&D 정책 및 지능화융합 정책도 함께 제공함으로써 그 효과를 최대화하는데 기여한다.
둘째, 지능화융합플랫폼은 기술과 정책이 실제로 작동하는데 기여하는 워킹 플랫폼 또는 실증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기업, 지자체 등 다양한 주체가 기술을 실증할 수 있도록 데이터와 시스템간 연계가 가능하며, 지자체 협력을 통한 실증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위한 구체적 프레임워크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셋째, 지능화융합플랫폼은 개방형 공통 플랫폼을 지향한다. 다양한 데이터 플랫폼이 연계될 수 있도록 표준을 제공하며, S/W, API, 데이터 표준 등 표준화된 융합 서비스 인터페이스 및 참조 모델을 제공함으로써 기술의 실제 적용과 확산에 기여한다. 또한, 민관 혁신 생태계를 오픈 소스를 기반으로 실현함으로써 민간과 공공 부문의 서비스 혁신을 이끌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R&D 사례를 통해, 지능화융합플랫폼이 올바르게 작동하여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상황을 살펴보자. <그림 2>에 범죄 없는 도시, 건강한 삶, 안전한 나라, 깨끗한 환경, 신산업 기반 조성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R&D 사례들을 정리하였으며, 이들 R&D 중 대표적인 사례를 개인, 사회, 산업, 공공 등 4가지 차원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개인 차원에서는 ‘건강하고 편리한 삶’의 실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관별로 보유하고 있는 의료 데이터와 의료 지능들이 협진할 수 있는 앙상블 딥러닝 기술이 적용된 ‘함께 하는 AI 주치의’를 통해 환자의 미래 상태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또한, 물류 취약 지역에 드론으로 물품을 배송할 수 있는 ‘취약 지역 드론 배송’ 서비스 플랫폼이 구축되면 물류비 및 인건비가 절감되고 서비스 신뢰성 및 품질이 향상될 것이다.
사회 차원에서는 각종 사건, 사고들을 예방하고 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숙련된 수사관의 경험과 통찰력을 AI 기술로 구현한 ‘범죄 위험도 조기 예측 AI’ 기술은 위험상황을 초기에 인지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CCTV, 블랙박스 등 여러 영상을 분석하여 용의자 차량의 번호판을 식별하는 ‘용의자 차량 추적 AI’ 기술은 현재의 열악한 영상정보 수집 환경을 극복하고 AI 기술을 접목하여 용의 차량을 검거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밀수 잡는 AI 국경수사대’ 기술은 국경 및 세관 지역에서 X-ray 판독 요원을 보조하여 밀수품 및 위험물을 적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산업 차원에서는 기존 산업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신산업 성장을 유도하기 위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지하 공동구의 위험을 관리하는 ‘지하 공동구 통제’ 기술은 재난의 조기 예측 및 대응이 가능하도록 해 준다. 무인 자율공장을 위한 ‘협동형 제조 로봇’ 기술은 공정의 상황을 인지하고 작업 계획과 생산 행위를 스스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여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양식업 분야에서는 ‘디지털 트윈 아쿠아팜’ 기술로 원격 감시 및 제어, 자동화 및 자율 제어, 자율적 생산관리 등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공 차원에서는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산불감시 AI 지킴이’ 기술은 동영상과 AI를 기반으로 광범위한 산불 조기감지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며, ‘녹조 감시 무인 수상 이동체(USV)’ 기술은 무인 수상 이동체를 통한 수질 데이터 측정과 저전력 데이터 전송으로 녹조 발생을 사전에 예측하는 기술이다. ‘에너지 저감형 공정 관리’ 기술은 주로 중소기업 및 에너지 다소비 업종을 대상으로 맞춤형으로 공장 에너지를 관리해주는 기술이다.
격변의 시대에는 융합형 ICT 기술 및 디지털 기술로 지속가능한 삶과 경제 및 산업 시스템을 만들어 국가와 국민의 안정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는 광범위한 분야에서의 디지털 전환으로 가능할 것이다. 또한, 데이터, 네트워크, 정보 및 인공지능 기술이 융합되는 맞춤형, 지능형 플랫폼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지능화융합플랫폼을 제시하였다. 이는 개방형 공통 플랫폼을 지향하며, 다양한 주체가 개방과 협력을 통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 및 정책적 솔루션을 도출하는 워킹 플랫폼 및 실증 플랫폼이다. 지능화융합플랫폼은 현재 R&D 및 정책 개발을 통해 구축되어 가고 있으며, 우리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고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