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는 그간 경험하지 못한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 같은 이상기후를 겪으면서 기후 위기가 막연한 다음 세대의 문제가 아닌 현 세대의 문제가 될 것임을 실감하고 있다. 기후 위기가 심화되면서 ‘탄소 순 배출량 0을 달성’하고하는 탄소중립을 위한 전 세계적 노력과 연대도 가속화되고 있고, 이를 위한 다양한 기술개발도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AI와 디지털 기술을 통한 탄소배출 저감과 에너지효율 증대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현실적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공공 및 민간 부문 리더 중 87%가 AI가 기후 변화 대응에 유용한 도구라고 응답하였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본 고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탄소중립 대응 영역별로 활용내용과 사례를 간략히 알아본다.
탄소배출 저감은 디지털 기술이 가장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분야이다. 방대한 데이터 학습과 분석을 통한 에너지 소비효율 향상, 재생에너지 수요예측, 공정 최적화, 폐기물 선별 최적화 등을 통해 탄소배출의 저감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은 기후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생물 다양성 보존, 환경 모니터링, 저탄소 스마트 농업 등에 기여하고 있다. 기후변화 적응은 적극적인 탄소중립 활동이 진행되더라도, 지구의 기온 상승에 따른 자연환경 변화, 자연재해 증가 등은 앞으로 일정 부분 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디지털 기술은 탄소중립 관리/평가를 위한 디지털 인프라로서, 이해관계자(기업, 정부, 시민) 간 신뢰와 참여를 유도하는 플랫폼으로서 역할도 수행한다. 과학적 탄소배출 측정·예측·검증과 같은 탄소중립 인프라 기능은 탄소중립 시대에 디지털 기술 분야에 요구되는 가장 큰 역할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탄소중립 전환 패러다임 하에서 경제·사회 주체의 혼란 없는 참여 유도와 국가 경쟁력을 제고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기술에는 양면이 있다. 우리가 탄소배출에 대해 생각할 때 대개는 디지털 영역에서의 탄소배출은 생각하기 쉽지 않지만, 사실 디지털 기술 사용에는 엄청난 에너지(전력)와 자원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의 심화로 인해 향후 디지털 분야의 소비전력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 비해, 파리협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산업은 ’20년부터 ’30년까지 온실가스(GHG) 배출을 45% 줄여야 하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디지털 전환 자체의 탄소중립 달성 역시 매우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특히, AI와 디지털 전환이 진전될수록 더욱 빠르게 증가할 데이터 센터 수와 이에 따른 에너지소비량 급증은 큰 화두가 될 것이다. 또한 AI/디지털 인프라의 단순한 성능을 넘어 에너지 효율성을 중요한 기술 목표로 삼는 것도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데이터 센터나 하드웨어 인프라를 넘어, 소프트웨어공학 측면에서도 그린 코딩(green coding)과 같은 탄소배출 저감을 염두한 개발 방식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끝으로, 디지털 단말, 장비의 생산과 폐기로 발생되는 탄소 배출 역시 관리의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