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아무리 보석같이 좋은 기술도 쓸모 있게 만들어야 그 가치가 드러날 수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하 DT)에서 구슬을 보배로 꿰어주는 것은 유저 인터페이스가 주는 사용자 경험이라 하겠다. 지난 몇십 년간 기술들은 그림 1과 같이 유저 인터페이스와 함께 진화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MS와 애플의 제품은 유저 인터페이스의 역사와 함께 비슷하면서도 다른 전략으로 서로 경쟁해 왔다는 점이다. 1980년대로 돌아가보면 양사 모두 PC에 들어가는 운영체제에 GUI를 탑재하였다. 애플이 1983년 최초로 GUI를 리사라는 컴퓨터에 탑재하였고, 이후 매킨토시를 출시하였지만 비싼 가격과 소프트웨어 호환성 등의 문제로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고, 스티브 잡스는 1985년 애플을 떠나게 된다. 반면 MS는 1990년 윈도우즈3.1 출시 후, Windows95라는 GUI 기반의 OS를 새롭게 만들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 이후 2007년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했고, 휴대폰의 버튼을 눌러 조작했던 사용자들에게 작은 화면을 터치하여 작동하는 새로운 모바일 UX를 선사함으로써 세계 휴대폰 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그리고 사용자들은 앱스토어를 통해 무수히 많은 모바일앱을 이용함으로써 모바일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반면 MS는 2010년에 윈도폰을 야심차게 출시하였으나, PC기반의 UX와 운영체제의 굴레를 벗어 나지 못해 결국에는 2016년 사업을 접게 된다.
모바일 다음의 유저 인터페이스는 VUI(Voice User Interface), 즉 음성 기반의 인터페이스이다. VUI는 스마트폰 보다는 스마트 스피커라는 디바이스를 통해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다. 특히 2014년 아마존에서 출시한 스마트 스피커의 경우, 음성으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스킬이라는 것을 제공하였고, 2019년에는 10만 개를 돌파할 정도로 생태계를 키워나갔다. 하지만 당시 음성인식 기술은 정확도는 괜찮았지만, 음성인식된 내용을 이해하여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자연어 처리 기술은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20년 들어, 자연어 처리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네이버는 2021년 전 세계 3번째로 ‘하이퍼클로바’라는 초대규모 AI 기술을 출시했고, 2023년 8월 더욱 고도화된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했다.
음성기술과 초대규모 AI가 만나게 되면 사용자의 경험은 SF영화에서 개인비서와 대화를 나누면서 원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경험으로 진화할 수 있다. 이미 네이버클라우드에서는 음성 기반의 AI 서비스로 음성을 회의록으로 변환해주는 ‘클로바노트’와, 독거노인의 생활 및 건강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AI돌봄 전화 서비스 ‘클로바 케어콜’을 서비스하고 있다.
DT 관점에서 음성은 녹음하지 않으면 사라지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가장 휘발성이 강하지만, 디지털화 했을 경우, 강력한 업무 자산이 될 수 있는 데이터소스라고 할 수 있다.
네이버가 최근 정식 출시한 클로바노트는 회의, 강의 등을 녹음한 다음,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 줄 뿐만 아니라, 회의록 형태로 요약하고 키워드 등을 정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나중에 그 내용을 다시 검색해보거나 필요한 사람에게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 효율화 관점에서도 도움이 된다.
클로바 케어콜은 AI 기반 전화 서비스로, 2021년 11월부터 부산 해운대구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와 협력해 독거 어르신 및 중·장년 1인 가구의 고독사 예방을 위해 매주 1~2회 AI가 전화를 걸어 식사, 운동, 건강 등의 대화를 나누고 이상 여부를 분석한 리포트를 제공한다. 2023년 11월 기준 서울, 경기, 대구 등 전국 80여 개 지자체 1만 5천 명에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AI 기반 전화 서비스는 2020년, 코로나 때 발열 여부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챗봇 시나리오 기반의 AI 전화 서비스가 있었지만, 예/아니오 외의 대화는 이해할 수가 없어 사용자의 경험이 좋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해 하이퍼클로바를 통해 안부 대화를 학습했고, 세계 최초로 기억하기 대화를 적용하여 생활 건강 상태를 기억하고 자연스럽게 대화로 이어가도록 하였다. 그 결과 해운대구의 경우, 2년 후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 사용자의 86%가 만족한다고 응답하여 매우 좋은 반응이 이어졌으며, 정서케어와 건강관련 질문이 도움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클로바 케어콜의 경우, 응답률이 높은 곳은 90% 이상 나오고 있어 여러 지자체에서 고독사 예방을 넘어 시민 건강을 케어할 수 있는 통합돌봄시스템으로의 진화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네이버 하이퍼클로바를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AI를 통한 DT가 열풍이다. 그 동안의 DT 히스토리를 돌아보았을 때, 사용자에게 편리한 경험을 자연스럽게 제공하는 것이 정말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다. 기술의 발전과 전파속도도 빠르지만, DT의 본질은 사용자 경험이며 음성 기반의 사용자 경험을 통한 혁신은 이제 시작이다.